장미란, 잭 니클라우스, 짐 캐리의 공통점은?
‘멘탈 리허설’의 놀라운 효과
# 지난 7월 문화체육부2차관으로 발탁된 장미란(40)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는 현역 역도선수 시절,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정상 기록과 기량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경기 때 보여준 대담함, 역동성, 승부욕은 물론 선수 은퇴 후에도 계속된 성실성, 겸손함, 학구열은 스포츠인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중학시절까지 그저 ‘식욕 좋은 소녀’였던 장미란이 위대한 선수, 나아가 원숙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태릉선수촌 훈련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그녀의 ‘이미지 트레이닝(imagetraining)’이었다. 스스로 자신이 바라는 경기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반복 재현하는 훈련을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했다(물론 일반 운동도 아주 열심히 했다).
그녀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방영된 KBS-TV다큐멘터리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암까지 치유하는 생각의 힘’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눈을 감고 명상하면서 구체적으로 제가 바라는 목표와 그에 따른 전과정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시나리오를 글로 씁니다. 그리고 매일 수시로 그 과정을 마음속에서 영화보듯 상상하죠.”
그녀의 상상은 결국 현실화됐다. 그리고 메달을 딴 이후에도 장미란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새로 정하고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 젊은 나이에 대학교수・중앙부처 차관의 인생여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외모도 선수때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 비단 장미란 뿐아니라 세계적인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를 비롯 마이클 조단, 래리 버드, 제리 웨스트 같은 농구선수들, 야구 투수 로이 할러데이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놀라운 효과를 활용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이제는 심리학・체육학 교과서에 ‘mentalrehearsal(머릿속 시현)’, 또는 ‘mental practice’, ‘mental training’이란 용어로 자리 잡혔는데 골프 챔피언 잭 니클라우스<사진>는 자신의 <골프와 나의 인생>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머릿속으로 아주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경우라면 연습 때라도 절대 공을 치지 않는다. 머릿속 그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먼저 나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미 가 있는 공을 ‘본다’. 밝은 초록색 잔디에 하얀 공이 멋지고 도도하게 안착해 있다.
그 다음, 장면이 재빨리 바뀌고 나는 그곳으로 가고 있는 공을 ‘본다’. 공이 날아가는 길, 궤도, 모양을 보고 땅에 닿을 때의 움직임까지 본다. 그 다음 페이드 아웃(fade out:점점 어두워지는 장면전환효과)같은 게 일어나고 내가 스윙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앞의 두 이미지를 현실로 만드는 바로 그 스윙이다. 그런 짧고 개인적이지만 헐리우드 영화 못지 않게 극적인 그림이 그려질 때만 나는 골프채를 골라서 공을 향해 다가간다. (잭 니클라우스, Golf My Way, 2005)
‘멘탈 리허설(머릿속 시현)’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케이스는 헐리우드 유명배우 짐 캐리<사진>의 이야기다.
1980년대 후반 무명 시절 그는 먼저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영화, 배역, 출연진, 연기내용과 함께 배우로서 성공해 가치 있는 일을 해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글로 적었다.
다음 매일 밤 할리우드 힐스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고 종이에 적은 글을 읊조리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했다. 심지어 ‘출연료’로 천만달러 수표까지 스스로 만들어서 부적처럼 갖고 다녔다.
결국 꿈은 현실로 됐다. 1994년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에이스 벤추라:애완동물 형사>, <마스크>, <덤 앤 더머> 등 세편이 대히트를 쳤고, 천만 달러 수표도 실제 받았다.
# 이제 ‘멘탈 리허설’은 스포츠계는 물론 군대, 비즈니스, 문화예술, 의학계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효과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가 100% 입증되지는 못했다. 다만 고도의 정신 집중과 반복이 뇌를 비롯해 신체내 신경세포 네트워크와 신경전달물질에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주고, 아울러 세포내 DNA에 변화를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상상력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는 신체적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론이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원숭이들이 손을 쓰지 않고 오직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이리저리 옮기는 실험에 성공해 멘탈 리허설의 메카니즘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걸출한 인물들의 재능이나 정신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멘탈 리허설’을 잘 활용한다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일과 성과를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이뤄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http://n.news.naver.com/article/023/0003787270?sid=103